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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임수경에게 '손 잡아달라' 했다가…"

한송이백합화 |

2012-06-05 00:00:00 |

조회: 169

탈북자 박상학씨가 본 '임수경과 종북주의자'
1989년 평양 김책공업대학 - "北선 상상 못할 자유분방함, 연설하던 모습 보고 동경 기다렸다 손까지 잡아"
2006년 시흥 농민교육원 - "초청강사로 나온 임수경 北 비참한 현실 묻자
'직접 못봐서 몰라' 회피… 탈북자 얘기 나오자 눈 커지더니 안색 돌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지금 '변절자' 발언 - "국회의원 배지 달고 北인권을 '짓거리'라니… 평양인가 서울인가 아버지가 노동당 간부인 나보다 그들이 더 종북적이고 더 변하지 않았다"

 

탈북자 박상학(44)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탈북자에 대한 폭언(暴言) 논란을 빚은 임수경(44) 민주통합당 의원과 두 번의 인연이 있다. 임 의원이 방북한 1989년 대학생 신분으로 평양에서, 17년 뒤인 2006년에는 탈북자 신분으로 경기도 시흥에서 각각 한 차례씩 임 의원을 만났다.

그는 노동당 간부의 아들로서 1999년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4일 오후 2시간 동안 기자와 만난 박 대표는 "여기에 와서 변절자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런 말은 북한 김정은이 우리에게 할 소리라고 생각했다. 임 의원이 이 말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989년, 평양에서 본 임수경 의원은?

"임수경은 내가 다니던 김책공업종합대학 종합운동장 단상에 올라가 연설을 하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진군가를 힘차게 불렀다. 오른손을 하늘로 내지르면서 목청을 돋우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자유분방함, 미지 세계의 인간…. 그를 동경했다. 그는 볼 때마다 패션이 달랐다. 비행기 타고온 사람이 무슨 옷을 저리 많이 갖고 있느냐는 말도 있었다. 우리끼리 엄청난 부잣집 딸이 왔다고 수군거렸다. 키가 작던 나는 맨 앞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임수경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임수경의)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2006년 한국에서도 임 의원을 만났을 때는?

"임 의원을 만난 것은 6년 전 경기도 시흥에 있는 농민교육원에서였다. 당시 나는 한국지도자아카데미 수강생의 신분이었고, 임 의원은 초청강사 자격이었다. 1시간 30분짜리 강연이었다. 자신이 북한을 다녀온 경험 등 인생사 위주로 강연했던 기억이 난다. 한 수강생이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거론하자 임 의원은 '내가 직접 보지 못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회피한다는 느낌이었다.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시스템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흡사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고…. 그러면 나는 왜 목숨을 걸고 탈북했겠나? 아리송한 이야기였다. 수령독재국가와 한국의 어디가 닮았는가."

―임 의원이 탈북자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나?

"강연이 끝나고 수강생 등 10여명과 사무실에서 따로 만났다. 나는 '방북 당시 평양에서 (당신의) 손을 잡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탈북했다. 그때 손잡았던 북한 대학생들만큼, 지금 우리 탈북자들의 손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임수경, 변절자 발언 해명 회견… 전날 보도자료 그대로 읽어 -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4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변절자 발언은 탈북자를 지칭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으로 간 하태경 의원에 대한 것”이라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과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

―임 의원의 반응은?

"돌연 임 의원의 눈이 커졌다. '아니 지금 여기서 나랑 이념논쟁을 하자는 것이냐'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 그래서 '무슨 이념논쟁이냐. 임수경씨가 북한 주민에 대해 가졌던 따뜻한 마음이 탈북자로 이어지는 것인지 인간적인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념논쟁이라는 게 다 뭐냐'고 반박했다. 임 의원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더 말할 게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왜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생각하나?

"그 사람들은 탈북자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탈북자라고 소개하면 흠칫 놀란다. 북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기피하는 게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

"가슴속 깊은 곳의 사상·이념이란 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일성에 대한 존경, 북한 체제에 대한 흠모의 마음 말이다. 그래서 북한 체제를 거부하고, 그에 대한 항의표시로 대한민국을 찾은 탈북자를 미워하는 게 아니겠는가. 탈북자에 대해 증오하는 감정을 가장 많이 가진 게 종북(從北)주의자들이다. 김일성주의를 배신한 우리를 곱게 보겠는가. 때로는 여기가 서울인지 평양인지 헷갈린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탈북자는 변절자’폭언과 관련, 탈북자 단체가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임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백요셉씨를 향한 임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놀라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사람이라고 6년 전에 이미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이라는 대목에서는 속에서 불이 났다. 북한 인권운동은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자는 활동이다. 짓거리 운운할 게 아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임 의원 발언을 들은 백요셉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임 의원의 발언에 엄청난 상처를 받은 모양이더라. 모든 탈북자는 '참 잘 오셨습니다. 대한민국은 당신을 적극 환영합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듣는다. 국가정보원에서다. 우리더러 배신자라고 하는 건 북한 김정일·김정은 아니냐. 나도 그렇고, 백요셉씨도 대한민국에서 변절자 소리를 들을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탈북자를 국민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 아닌가. 임 의원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났다. 그것이 배신이다."

―당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종북주의자들은 우리 탈북자를 증오하는 듯하다. 한때 북한 체제를 마음속으로 동경했던 종북주의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우리는 그들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던 것을 비판하고 그것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어떻게 우리 대한민국 정당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은 노동당 간부의 자녀이면서도 왜 탈북했나?

"내 아버지는 노동당 간부였고, 나도 북한에서 최고로 치는 김책공대 최신학부 무선공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졸업만 하면 노동당 간부 자리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 도쿄 등지에서 대남공작 사업을 했던 아버지가 '북한은 인민의 낙원이 결코 아니다'라며 탈북을 권했다. 마음이 흔들렸다. 2년간의 고민 끝에 1999년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중국 다롄(大連)공항을 거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들은 아버지가 노동당 간부인 나보다 더 종북적이고 더 변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임수경'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탈북자는 변절자가 아니다. 자유의 세계로 목숨을 걸고 온 진정한 진보(進步)주의자다. 종북이야말로 퇴보(退步)다. 자유의 물을 마시고도 대동강 물 마신 사람보다 더 종북적인 사람들이 양심의 배신자다. 임수경, 한상렬, 이석기, 이런 사람들만이 우리 탈북자들을 거리낌 없이 변절자·매국노라고 말할 수가 있다. 탈북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해 목숨을 걸고 넘어온 사람들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바로 한국에 왔다. 북한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회가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가야 옳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5/2012060500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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